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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다낭 생활

중부 베트남에서의 우기, 생활 필수품(준비물)

밥스1 2020. 10. 10. 23:50

최근 다낭/호이안에 우기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과 베트남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서 전해 들을 때마다 내가 베트남에서 첫 우기를 보낸 해가 생각이 난다. 

2018년 10월 한국에서 한 달의 휴가를 보낸 뒤 호이안으로 다시 돌아가자마자였었는데... 
난 우기라고 해서 그냥 비가 좀 오는 줄 알았다. 나름 동남아에서 몇 년 살았었고, 우기에 여행도 다녀봤으니~
근데 그게 아니더라. 정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집 앞/뒷마당에 물이 막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출근은 해야 하는데 마당에 물은 차고... 길은 이미 다 잠겼고... 진짜 멘붕이 그런 멘붕이 없었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을 줄 알았다. 근데 그것은 진짜 우기의 시작을 알릴 뿐이었다.
내가 정보를 좀 찾아보았더라면,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한국에서 미리 이런저런 물품들을 구비해 갔었을 것인데.. 이래서 경험이란 게 중요한가 싶다.


1. 제습기
정말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이다.
베트남 주택들은 집안의 내부가 세로로 긴 구조를 띈 집들이 대부분이고 이러한 구조는 집안 곳곳 내부에 습기가 오래 머무는 단점이 있으며, 우리나라 주택들처럼 시공시 특별한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아서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 우기가 되면 집안 내부가 쌀쌀해진다. 아파트들 경우, 그래도 주택보다는 구조적으로 습기나 추위가 좀 덜 할 테지만 여전히 춥고 눅눅하다. 

내부가 긴 베트남 주택 구조
내부가 긴 베트남 주택 구조

다낭/호이안 같은 경우 겨울철 최저 온도가 약 16~18도 사이라고 보면 되는데 습도가 90%가 넘기 때문에, 한국의 건조한 가을철 날씨를 생각하면 절대 금물. 영어로 "Wet cold"이라고 표현하는데, 영국의 눅눅한(축축한) 겨울을 생각하면 된다. 그냥 몸이 먼가 감기에 걸릴 것처럼 계속 아리듯이 추워서 실제 체감온도는 10도 이하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눅눅한 겨울이 되면, 온 집안에 습기가 차기 시작하기 때문에 장롱 문을 자주 열어 환기/관리해주지 않는다면 옷/가방/지갑 등에 곰팡이가 피는 최악 사태가 벌어지며, 빨래가 최소 3일 동안 마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빨래의 경우, 처음에는 선풍기로 말려보려고 노력했으나,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효과가 별로다. 그리고 옷이 말라도 먼가 눅눅함.

장롱 속 습기로 인해 우기 1달만에 곰팡이가 핀 베게솜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어컨을 틀어 내부 습기를 없애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베트남 우기 날씨에 에어컨 틀면 생각보다 엄청 춥다. 사우나와 수면잠옷이 바로 생각날 정도. 꼭! 제습기를 사용하자!

그렇다고, 제습기를 구매한다고 꼭 한국에서 해외배송을 시켜서 구입할 필요는 없다.
영어로 제습기는 "dehumidifier"라고 하고, 라자다(www.lazada.vn/)를 통해서 현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2. 초경량 조끼 패딩과 생활방수 점퍼
중부 베트남에 일단 우기가 시작되면, 비가 많이 오고 날씨는 추워지며 해를 보는 날이 적어진다. 물론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그곳도 나름 겨울철이라 꽤 쌀쌀하다고 보면 된다.

초경량 패딩조끼 (출처: 네이버 쇼핑)

이럴 때, 교통수단으로 택시나 차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나은데, 바이크로 동네 슈퍼라도 가려고 할 때면 쌀쌀한 바람에 추위가 꽤 심하게 느껴진다. 특히, 다낭 같은 경우 바다가 바로 옆이라 더욱 바람이 분다. 이럴 때 아우터 안쪽에 입어주는 초경량 조끼 패딩은 라이딩 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며, 심지어 사무실에서 장시간 근무를 하면 느껴지는 쌀쌀함 조차도 막아준다. 그래서, 현지에서 최소 2년 이상 지내셨던 한국 직원들은 대부분 초경량 패딩조끼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었다. 

그리고, 우기에는 예상치 못하게 비를 맞게 되는 일들이 간혹 생기기 때문에, 긴팔 생활방수 가을용 점퍼 역시 큰 도움이 된다. 한해 정도 입고 나면, 생각보다 젖을 일이 많고 또 빨기도 자주 빨게 돼서 옷이 금방 낡아진다. 물세탁이 가능하고, 너무 비싼 것이 아닌 것으로 준비하는 편이 좋다. 

3. 양말 & 수면 양말
의외로 발이 시렵다. 건물마다 단열/보온이 되지 않으니 집에 있으나, 사무실을 가나 발이 시리다. 심지어 잘 때도 발이 시려서 수면 양말 생각이 간절하다.

나 같은 경우, 양말이 많이 구비해 가지 않아서 현지에서 몇컬레 구입해서 신었는데, 왜 이렇게 자주 구멍이 나는지! 어떤 양말은 한번 신고 빨면 바로 구멍이 난다. 그리고 양말을 신지 않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양말 파는 곳도 그리 많지 않다. 참고로, 다낭에서 양말 구입하실 분들은 빈컴 2층의 Mumuso에  구입해서 신으시면 된다. 그마나 여기 양말이 퀄리티가 가장 쓸만하다.

4. 우비
도시에 계시는 한국분들은 주로 택시를 이용하실 테니, 꼭 필요한 준비물은 아니다. 그러나, 주 교통수단이 바이크이시거나 혹은 가끔이라도 바이크를 타시는 분들에겐 제대로 된 우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한국에서 사갈 필요 없다는 말씀드린다.
한국에서 파는 제품들이 바이크를 탈 때 유용하게 나온 디자인이 많지 않고(길이나 품이 작음) 방수 정도가 너무 약하다. 그냥 현지에서 라자다(www.lazada.vn/) 혹은 재래시장 등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아! 참고로, 도로가 물에 잠겼을 경우에 장화를 신으실 분들이 계시다면 큰 재래시장에 가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으실 것이다.


그 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인지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심지어 집안에 비가 새도) 어떻게든 살아진다. 그곳이 베트남이다. 다만, 베트남의 우기는 정말 동남아들의 우기 중 난위도 가장 상위에 속하기 때문에, 첫 우기를 겪으시는 분들은 위와 같은 정보를 잘 모르신다면 좀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다.

위의 리스트는 내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쳐서 습득한 나름의 삶의 지혜(?)로써, 혹시라도 앞으로 중부 베트남에서 우기를 보내실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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