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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다낭 생활

베트남과 한국의 핀테크 차이

밥스1 2020. 8. 28. 16:29

나는 2015년 여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대부분을 동남아 각지를 돌면서 지냈다. 마지막 한국 입국했던 것이 벌써 2년 전. 그러면서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던 곳은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호이안과 다낭이다. 

호이안의 삶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작은 시골 동네다 보니 신용카드가 결제되는 곳이라곤 올드타운 내의 유명 레스토랑뿐이고, 거의 대부분의 삶은 현금으로 통용된다. Vinmart와 같은 편의점이 2019년 말에서야 들어오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식자재 쇼핑은 재래시장을 통해서 해결한다. 심지어 스마트 폰에 많은 종류의 앱 또한 필요치가 않다. 가끔 음식 배달을 위한 Grab, 날씨 체크를 위한 Windy, 온라인 쇼핑을 위한 Lazada, 지역 정보 소통을 위한 Facebook, 영화를 보기 위한 Netflix. 이렇게 딱 5개의 앱만 있으면 호이안에서의 생활은 완벽했다. 

그 후, 직장 이전 문제로 다낭으로 거처를 옮긴 후, 새로운 세상들이 나에게 열리기 시작했다. 호치민/하노이 같이 대도시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 도시라고, 직불카드(영어로는 debit card) 혹은 앱을 사용한 결제 빈도수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된 베트남의 핀테크(FinTech) 시장.

핀테크란, 간단히 말해서 그냥 현금 대신, 비현금 결제수단으로 온라인 결제를 하겠다 라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로 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쿠페이 등등이 다 이 핀테크에 속하는 범주.

베트남에도 이런 핀테크들의 도입이 엄청 난데, 종류가 한국보다도 더 많다. 
그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Moca(Grab과 제휴), Momo, ZION(Zalo Pay) 등. 참고로 Zalo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개념의 SNS 메신저 앱이라고 보면 된다.

13 Hottest Fintech Startups in Vietnam
https://fintechnews.sg/27299/vietnam/7-fintech-startups-from-vietnam-to-watch-out-for-in-2019/

 

13 Hottest Fintech Startups in Vietnam - Fintech Singapore

Fintech Vietnam Startups 2019 Watchlist. A rundown of the top 13 fintech startups from Vietnam that are a must watch in 2019.

fintechnews.sg

그런데, 굳이 왜 핀테크? 신용카드가 있는데? 무슨 차이?

한국은 신용카드라는 개념이 먼저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핀테크의 개념이 필요치가 않았다. 신용카드로 온/오프라인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왜 핀테크가 필요했을까.
하지만, 베트남은 이야기가 다르다. 베트남에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요구하는 절차나 조건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인구 전체 평균 임금이 4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환경이기 때문에, 발급부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신용카드는 베트남인들에게 그리 큰 메리트를 주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신용카드를 대체하고자 활성화된 것이 핀테크이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에서의 핀테크는 한국보다 먼저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헌데, 최근 한국에 들어와서 와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자 온라인 결제를 열심히 해보니, 한국도 이제는 핀테크가 많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인듯 하다. 배달 앱만 쓸라고 해도 핀테크가 필요하더라.
그리고 두 국가에서 사용해보니 한국형 핀테크와 베트남의 핀테크의 차이가 보인다. 이 무슨 말??

한국형 핀테크는 신용카드와 핀테크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쿠페이 등)가 연동이 되어 있어서 실제 결제금액은 신용카드로 청구가 되고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형식이다. 
베트남형 핀테크는 본인 은행 계좌와 핀테크가 연동이 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구조가 간단해진다. 쓰는 금액이 직접적으로 통장 계좌에서 빠져나가서 결제되거나 충전되거나 하는 형식이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고속철도 예매나 항공권 구입하고자 할 때 우리는 신용카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핀테크를 통해서 직불을 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사실 신용카드에서 핀테크로 넘어오면서 오는 장점 중 하나가 중간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인데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은 밴(VAN)이라는 금융 결제 통신망을 거쳐서 신용카드사로 정보가 전송되며 이에 따라 수수료가 붙는다), 한국형 핀테크에서는 신용카드의 공생 부분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또한, 할부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 성향을 오로지 직불형 핀테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

베트남이 한국보다 핀테크가 먼저 활성화되었다고 해도 더 발전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베트남은 아직도 온라인 쇼핑 구매 후 현장에서 현금 지불을 선호한다. 이는 베트남 전쟁과 사회주의로 인해 현금만을 믿는 베트남인들만의 가지는 소비 성향이다. 아직도 은행보단 집에 개인 금고를 두고 돈을 보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심지어 한국 교민들분들도 그런 분들이 꽤 많다. 

핀테크는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가 시대를 너무 급하게 앞당겼다고 봐야 할 것이 맞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핀테크는 여전히 보안성에 대한 많은 문제들을 안고 간다. 이에, 나는 보안에 대한 이런 저런 이유로 베트남에서는 핀테크보다는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 결제를 선호했지만, 한국에서의 핀테크는 이제 더 이상 선택형만은 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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